조선 붕괴의 원인遠因은 세련되지 못했지만 그럭저럭 유지되어 왔던 일종의 민주주의의 붕괴다. 조선의 정치는 유교적 이상주의에 입각하여 사士계급에 의하여 주도되었다. 글을
운위할 줄 아는 모든 이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승정원을 통하여 왕과 직접 대화할 수 있었다. 또한
왕의 권력은 사색당파, 당파화된 정당들에 의하여 적극적으로 규제되었다. 비록 정치 참여에 계급적 제한이 있었지만 미숙한 형태의 민주주의가 유지되었던 셈이다. 이 체제가 멸망 전 백년에 걸쳐 노론과 세도 정치로 완벽히 무너졌다. 그 결과 수구화된 조선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.
네티즌이라는 단어의 특수한 효력은 더 이상 없다.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거의가 '네티즌'이라는 집단의 일원이 되어버린지 오래기 때문이다. 그럼에도 거리감을 염두에 둔 채 특정하는 듯한 이 용어가 활보한다. 익명이 보장되어 나타나는 혼탁한 기질의 발산을,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결짓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닐까. '네티즌들'과 '시민들'로 지칭되는 이들의 실체는 완벽히 같다.